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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연극

연극 이순재의 리어왕 후기

by 김상래 202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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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우무대 / 에이티알 제공

23.6.4 LG 아트센터

이순재의 리어왕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워낙 인지도 있는 배우이시기도 하거니와

어린 시절부터 tv에서 접해와

굉장히 익숙하고 친숙한 우리 할아버지 같은 배우,

이순재 선생님의 마지막 리어왕 공연이라는 말에 

와이프의 허락을 얻어 예약했지만 1층은 이미 자리가 없고

그나마 2층 후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순재의 리어왕 캐스트들.

 

출연진들 사진도 한 컷.

이순재 선생님이야 거침없이 하이킥이나 

이런저런 매체에서 나오는 느낌과 발성은 익숙했지만 

모든 것을 잃고 난 후의 처연한 연기도 너무 좋았고요.

큰 딸 고너릴을 연기하신 권민중 님과

둘째 딸 리건을 연기하신 서송희 님.

정말 얄밉게 연기 잘하시더라고요.

광대 역을 맡은 김지혁 님도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에드먼드 역을 맡으신 박재민 님이 대단하시더라고요.

음량도 큰데 발성도 좋고 멀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야망과 열망이 꿈틀대는 것이

표정이 안 보임에도 느껴져서

정말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물론 다른 캐스트 분들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요.


리어왕과 얄미운 두 딸

 

리어왕 얘기를 좀 해보자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고전 명작입니다.

늙은 왕인 리어는 딸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왕위에서 물러나 여생을 보내기 위해

본인을 얼마나 사랑하느냐며

딸들에게 물어보는데..

첫째, 둘째 딸 고너릴과 리건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아버지를 사랑한다면 입바른 말을 해 땅을 받지만

막내딸 코델리아만큼은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언니들이 말한 만큼 " 영원한 태양, 나의 빛 " 정도로 

사랑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리어의 분노를 사게 됩니다.

절연을 선고당한 코델리아는 프랑스 왕과 떠나버리고,

고너릴과 리건의 집에 머무르려던 리어는

자신을 대하는 두 딸의 냉혹한 대접에 정신을 놓고

광야를 떠돌게 됩니다.

야망이 넘치는 에드먼드는 가짜 편지를 적어

에드가와 글로스터 백작 사이를 이간질해 에드가를 쫓아내고,

글로스터 백작은 리어왕을 보살피려고 하지만,

에드먼드의 계략에 당해 글로스터 백작은 눈을 잃고 쫓겨나게 됩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기 위해 자살할 곳을 찾는 글로스터 백작을

광야에서 만난 에드가는 아버지를 인도하고..

광야를 떠돌다가 아버지를 찾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온 

코델리아가 항전하지만 붙잡혀 버립니다.

이후 광야를 떠돌던 에드가가 등장해 에드먼드와 결투를 해

에드먼드를 처치하지만, 에드가의 정체를 알게 된 글로스터 백작은

기쁨에 심장이 터져 죽고..

언니 고너릴은 동생과 에드먼드를 두고 경쟁을 하다

동생을 독살하지만 남편인 올바니 공작에게 모든 것을 걸리고

에드먼드까지 죽자 자결하고 맙니다.

에드먼드가 죽기 전 코델리아와 리어왕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며

고백하고, 암살자는 리어왕이 처리하지만 코델리아의 죽음을 

버티지 못하고 죽고 맙니다.

 

괜히 4대 비극이 아니죠?

리어왕 사망, 큰 딸 고너릴 사망, 둘째 리건 사망, 셋째 코델리아 사망,

글로스터 백작 사망, 에드먼드 사망.. 사망사망사망입니다.


LG 아트센터 2층 후열.

 

극 중 그 누구의 대사보다 

가장 깊은 울림을 주었던 것이 

광대가 폭풍우를 맞고 있는 리어왕에게 뱉는

" 지혜로워질 때까지 늙지 말았어야지 " 

하는 말이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물론 이순재 선생님의 마지막 리어왕 공연이라는

타이틀에 매료되어서 간 것도 있고

배우들의 열연과 수많은 명대사들이 있었지만

결국 저에게 남는 말 한마디는 광대의 저 말 한마디였는데요.

이립이 되어 인생의 길을 결정해야 하는 나이에

제대로 하고 있나 하는 걱정과 회의감이 휘몰아치는 요즘.

철드는 것도 힘든데 지혜롭게 살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과, 

모든 일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는 없을 텐데 하는 생각과

그나마 최선이라고 생각한 게 결과가 최악이 되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 등등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극 내내 휘몰아치더라고요.

요즘도 확실한 길을 찾지 못하고 그냥저냥

하던 직장에 다니며 하던 일을 하고 있는 인생에 

화두 하나가 던져져서 아주 생각이 많은 요즘입니다.

워낙 유명한 고전이고 책 내용이야 어릴 적에 

몇 번이나 읽었지만 나이를 먹고 연극으로 보니

또 다른 느낌과 생각이 다가오더라고요.

 

어쨌든 배우들의 열연에 감동을 받은 공연이었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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