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다양한 것들을 체험하고
가감 없이 주변에 전달하고 싶은
책임감이랄까, 열망이랄까 하는 부분이 있어
이를 표출하기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연/전시 같은 문화생활 보다는
먹고, 마시고, 플레이하는 부분에
더욱 진심이었기에
일상생활에 대한 리뷰들을
주로 올리는 편이었습니다.
연극이라고 하면 정적이고 클래식한
그런 이미지가 머릿속에 박혀있었고,
사실 연극을 본 것도 군복무 중 봉사활동으로 참여해 주신
연극 " 영웅 " 관람 경험밖에 없었습니다.
퇴근길에 지나가다 가로등 옆에 붙어있는
죽음들 현수막을 보고 한 번 경험해 볼까?
하고 다녀왔습니다.
먹고, 마시고, 노는 것도 좋지만
오랜 옛날부터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연극이라는 장르가 현대에도 활발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가
이런 느낌, 울림 때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를 전달하고 해당 극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있으실 것 같아
몇 글자 남겨보고자 합니다.
이번에 경기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진행하는
연극 " 죽음들 " 을 보고 왔습니다.
꽤 감명 깊은 부분도 있었고
예상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순간 재치로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는 부분도 있었는데요.
일단 연극 " 죽음들 " 소개를 해드리자면..
23. 5. 2 ~ 23. 5. 7 까지
경기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화 수 목 19:30
금 토 일 16:00
에 극이 올라갑니다.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23004011
위 링크에서 예매하실 수 있습니다.
극의 제목에서부터 나타내듯이,
극의 주제는 " 죽음 " 입니다.
누구라도 살면서 한 번쯤은
떠올려 봤을 것이고
주변에서 겪게 되는 일입니다.
보통 죽음이라고 하면
생명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긍정적으로 보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요.
고통이 심한 불치병이나
삶이 너무 고통스러우신 분들이
고통에 지쳐 차라리 삶보다 죽음을 원하는,
그런 모습 말고는 받아들이고 싶은,
긍정적인 부분의 죽음은
제가 살아오면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죽음이라는 개념을 이미지화하면
낫을 듯 사신이라던지,
창백한 얼굴에 갓과 도포를 쓴 존재.
사랑하는 존재와 강제로 관계를 끊어버리는
그런 모습이 당연히 여겨지기도 하고요.
" 죽음들 " 에서는 죽음을 친구로 표현합니다.
태어나기도 전부터 삶을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도구들을 학습시키는 차원에서도
죽음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극에서 " 죽음 " 은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과
동시에 내 옆에서 나를 가만히 지켜봅니다.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약속을 잡은 것처럼,
약속 시간이 될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기도 하고
얘기를 나눠주기도 하며
묵묵히 등장인물의 옆에 있습니다.
생명을 강제로 취해가는 존재가 아닌
삶의 시작에서 길을 알려주는 가이드처럼
죽음의 시작에서 같이 길을 걸어주는
친구가 되어줍니다.
" 죽다 " 에 대한 다른 관점도 제시를 해주는데,
위에서 말한 죽음이라는
생명 소실의 개념보다는
에너지의 순환,
삶의 순환이라는 화두를 툭 던져줘서
생각과 여운이 남았습니다.
평소에 제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기도 한데,
내가 인식하고 있는 " 나 " 라는 존재가
죽음을 맞이하면
그것은 " 나 " 의 죽음인가,
" 나의 세계 " 의 죽음인가
" 나 " 라는 존재가 없는데
" 나의 세계 " 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아니면 자아 없이 몸뚱이만 남은
" 나 " 는 " 나 "라고 할 수 있나?
라는 물음을 관객에게(특히 저에게)
던져줬습니다.
극은 희극으로 생각할 거리를 깊게
남겨둔 채 밝게 진행이 됩니다.
아이들과 보고 난 후 죽음에 대해 얘기하며
언젠가는 닥쳐올 일이라는 사실을
얘기하기도 좋을 것 같고,
무서운 존재가 아닌
극에서처럼 묵묵히 옆을 지켜주는
누군가의 삶의 마지막에
함께 해주는 친구라는 화두를 주고
얘기를 나눠보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평소에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하셨던 분들이라면
극 내내 계속 던져주는 화두가
좀 더 깊이 와닿을 것 같습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개념을
친구로 표현하고,
배우들의 재치로
극이 무거워지지 않게 진행되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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